사람들

DIMF 연기상 출신 박병건, 연희극 주연 거쳐 지역 예술 이끄는 연출가로 도약.

- 무대 위 주연부터 무대 밖 지휘까지… 박병건 연출이 그리는 ‘전통과 현대의 앙상블’ - 용인민예총 연극위원장 박병건, "우리 소리와 연극의 결합, 시민과 함께 만들고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뮤지컬 축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며 기량을 인정받은 30대 창작자 박병건이 무대 위 주연 배우를 넘어 무대 밖을 지휘하는 연출가로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최근 그는 마당놀이 ‘처인별곡’과 낭독극 ‘우리의 하루는 사랑으로 남는다’의 연출을 잇달아 맡으며 지역 문화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배우의 섬세함과 연출가의 거시적인 시야를 두루 갖춘 박병건 용인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용인지부) 연극위원장을 만나 그의 새로운 도전과 예술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Q. DIMF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 연출가로 변신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의 삶도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조율하고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깊은 갈증을 느꼈다. 내 캐릭터 하나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조명, 음악, 배우들의 합이 하나의 이야기로 융합되는 무대 밖의 지휘자가 되고 싶어 자연스럽게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Q. 최근 연출을 맡은 마당놀이 ‘처인별곡’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A. "처인별곡은 용인 지역의 역사적 서사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작품이다. 마당놀이라는 열린 형태를 빌려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서양의 뮤지컬 문법에 익숙한 대중에게 우리 고유의 소리와 연희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세련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연출의 주안점을 두었다." Q. 시민연극단의 낭독극 ‘우리의 하루는 사랑으로 남는다’의 연출도 맡았다. 전문 배우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어땠나. A. "전문 배우들의 정교한 기술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 있었다. 낭독극은 목소리 자체에 힘을 싣는 장르인데, 대본을 읽어 내려가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진짜 삶과 연륜이 묻어났다. 기교가 아닌 진정성으로 빚어내는 무대였기에 연출가인 나 자신도 큰 울림을 받았고, 시민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Q.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할 때와 무대 밖에서 디렉팅(연출)을 할 때, 창작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A. "배우일 때는 ‘나’라는 인물의 내면과 감정에 철저히 집중하는 현미경의 시선이 필요하다. 반면 연출가는 망원경을 든 사람과 같다. 무대 전체의 그림을 봐야 하고,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의 노고까지 하나로 묶어내는 올라운더가 되어야 한다. 배우 시절의 경험 덕분에 무대 위 배우들의 고충을 깊이 이해하면서 디렉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자산이다." Q. 용인민예총 연극위원장으로서, 그리고 30대 젊은 창작자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우리 전통 소리와 현대 연극의 결합을 지속적으로 탐구할 계획이다. 소수만 즐기는 예술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그러나 시도는 항상 새로움을 잃지 않는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 배우에서 연출가로, 그리고 무대 위에서 지역 사회로 자신의 예술적 영토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는 박병건 연출. 화려한 무대적 기교보다 사람과 이야기의 진정성을 먼저 들여다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앞으로 지역 문화 예술계에 어떤 새로운 활력과 패러다임을 불어넣을지 귀추가 주목된다.